​「불확실함을 위한 교범」, 서울리딩룸 박재용, 2019

- 박지혜 작가의 개인전 <영광의 상처를 찾아>를 위한 노트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무엇일까? 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1978년 BBC 라디오 극으로 방송되었고, 1979에 소설이 발간되었다. 한국어 번역판은 1996, 2004년에 발간되었으며 2005년에 영화가 개봉했다)에 등장하는 도시 크기의 슈퍼컴퓨터, 깊은 생각(Deep Thought)이 750만 년에 걸친 계산 끝에 제시하는 대답은 이렇다. 42.

  심오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왜 42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존재한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DOS 운영체제에서 동일한 확장자를 가리키는 모든 파일을 나타내는 기호 *의 ASCII(미국정보교환표준부호) 코드가 42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저자와 제목의 글자 수를 합치면 (30+12) 42가 된다는 의견, 일본식 고로아와세(語呂合わせ, 독음이 비슷한 숫자나 문자로 의미를 바꾸는 것)으로 42를 읽으면 시니(死に, 죽음)이기에 우주의 궁극적 해답은 ‘죽음’이라는 의견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설의 원작자인 더글러스 애덤스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애덤스의 말을 빌자면, “2진수 표현, 13진법, 티베트 승려들의 신비로운 숫자들은 다 앞뒤가 맞지 않아요. 책상에 앉아서 정원을 바라보다가 42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타자기로 숫자를 입력했습니다. 그뿐이에요.”

확실히, 지금 세상은 불확실하다. 사실 세상은 언제고 불확실하고 불안정했지만 이른바 ‘거대서사’에 간편히 기댈 수 있던 (일부 사람들에게 꽤나 편했을지 모르는) 호시절은 끝났다. 그러나 불확실함을 선뜻 받아들이거나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불확실함 속에 놓인 이들은 외려 더 명확한 것을 갈구한다. 복잡한 사건이나 지식이 명확한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로 재탄생하여 유통되기도 하고 (‘넓고 얕은 지식’의 유행을 보라),  단순한 믿음에 기반한 세계관이 유튜브를 위시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보 유통 플랫폼들을 활용해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기도 한다 (이른바 ‘가짜뉴스’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개인전 <영광의 상처를 찾아>에서 박지혜 작가는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불확실함을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는 갖가지 오브제와 액자에 든 이미지, 모니터를 통해 선보이는 영상을 제시한다. 전시라는 틀 안에서 ‘작업’으로 제시되는 것들은 불확실함을 해소하기는커녕 세계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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