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사회성의 사회성」, 독립큐레이터 장진택, 2018

- 박지혜 개인전 «평범한 실패»에 붙여

박지혜는 작업을 통해 아무런 의심 없이 통용되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이를 관통하는 이른바 ‘합리적’인 ‘이해’나 ‘기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세계가 요구하는 통상적인 합리성, 만족, 행복, 성공과 같은, 이른바 객관적인 프레임에 대한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들은 모두의 평화를 위한 모두의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는 다수의 의도,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사실 우리가 살아가(야만 하)는 이 사회는 역사라는 기록을 통해 ‘절대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이미 증명했지만, 그 반면 이와 같은 단순한 진리를 통해 제시할 수 있는 어떠한 급진적인 변화 또는 반발의 가능성을 유연하게 차단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각 개인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집단을 형성하고, 이 집단은 하나의 거대한 구조를 세워 그들을 보호하려 한다. 만약 이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순간, 집단 구조체는 그러한 이단의 존재를 단숨에 도태시켜버리거나 혹은 제명해버렸던 사례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은 각자의 선택을 영위할 자유가 있으며, 그 선택의 근거는 객관과 주관 사이에서 발현하는 ‘균형’에 기인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합리, 만족, 행복, 성공 이외에도 정상, 완성, 일반과 같은, 소위 올바르거나 긍정적인 지표(指標)들은 당장에 우리를 현혹할 뿐, 결코 영원히 영속적인 정의로 지속할 수 있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이와 대립하는 항인 불합리, 불만족, 불행, 실패, 비정상, 미완성, 예외와 같은 부정적이며, 올바르지 않다고 인식되는 형이상학적 개념에 대한 현상적인 가치 정립이 때때로 시도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박지혜의 작업은 이처럼 불편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식되는 영역과 사회 일반 가치 영역 사이를 메우고 있는 수많은 현실의 단계를 비추어 냄으로써, 고정적인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우리의 내적 체계를 해방하려는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합리성에 대한 추종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불합리성이나, 그 추종의 끝에 언제나 찾아오는 모호한 결과와 같은 ‘모순적 상황’을 조명하는 것으로 작가의 논리적인 귀결을 끌어낸다. 이와 같은 태도는 작가가 제시하는 작품이나 그 전시의 제목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박지혜는 전시 «평범한 실패»(갤러리 조선, 2018)를 통해 바로 이와 같은 이율배반적 삶으로부터 채집한 새로운 합리적 의심의 씨앗을 주어진 표준이라는 지표(地表) 위에 파종한다. 작가는 본 전시에서 맹목적인 신뢰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한편, 절대적인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사회의 구조가 마련하는 다양한 자기방어책에 균열을 초래하고,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역설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작가는 단순히 자신이 맞닥뜨린 보통의 조건과 기준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지점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분명하게 표현하는데, 이는 스스로의 축적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일반화를 취하려는 태도로 나타나기도 하며, 나아가 능동적으로 타인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물론 박지혜의 작업은 견고한, 그 때문에 때로는 강압적인 시스템의 요구에 하나의 다른 주파수의 미묘한 파동을 일으키려 할 뿐, 이를 완전히 전복시키거나 또 다른 담론화를 선동하지는 않는다. 작가의 시선은 그저 조건 없는 복종이나 거부, 그 극단적인 두 선택의 지점 양 끝에 좌초하고 있는 동시대의 단면을 진정으로 바라보기를 당신에게 권유한다. 작가를 통해 우리는 어쩌면 가끔은 휩쓸리며, 가끔은 거스르려는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표류를 인정할 흔치 않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